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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화제가 된 ‘꽃스님’, 왜 젊은 세대가 열광할까

by 써니*^^ 2025.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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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모습

 

최근 전라남도 구례 화엄사의 홍보국장을 맡고 있는 범정 스님은 SNS 활동을 통해 ‘꽃스님’이라는 별칭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단정한 외모와 진솔한 일상 공개가 단순한 화제를 넘어 젊은 세대와 종교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꽃스님 현상의 시작과 확산, SNS가 종교 홍보에 미친 영향, 그리고 젊은 세대와 불교의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꽃스님 현상의 출발점과 사회적 반향

범정 스님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수행 일상과 화엄사의 모습을 담아 SNS에 올렸을 뿐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관심이 쏟아졌다. “화장하신 거 아니에요?”, “피부가 너무 깨끗하다”, “스님이 이렇게 젊고 잘생길 수 있나요?”와 같은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유행어처럼 번진 ‘꽃스님’이라는 별칭은 이제 범정 스님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팔로워는 개설 초기 수천 명에 불과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늘어나 현재 3만 5000명 이상으로 성장했다. 매 게시물에는 수백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단순한 팔로잉이 아니라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화엄사에 직접 찾아오는 방문객 중 상당수가 “SNS에서 보고 왔다”라고 말할 정도로, 온라인 활동이 오프라인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히 스님의 외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의 콘텐츠에는 꾸밈없음과 진정성이 묻어난다. 예를 들어 사찰의 일상 풍경, 새벽 예불의 장엄한 순간, 수행 중 느낀 사소한 깨달음 등이 짧고 간결한 글과 함께 공유된다. 이는 현대인, 특히 바쁜 도시 생활을 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종교를 의식적으로 찾지 않았던 이들조차 “마음을 쉬게 해주는 공간 같다”며 공감과 위안을 표현한다.

또한 화엄사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인 ‘화엄당’은 SNS 덕분에 단기간에 예약이 가득 차는 현상을 보였다. 명상, 다도, 불교문화 체험 등은 2030 세대에게 새로운 ‘힐링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인기 현상이 아니라, 전통 종교가 현대인의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체험 참가자들의 후기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점은 ‘형식적 의례를 넘는 개인적 체험’에 대한 만족감이다. 짧은 시간의 명상과 산책, 그리고 스님과의 대화는 그들에게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했다.

지역사회 반응도 흥미롭다. 화엄사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체감하고 있으며, 일부 상인들은 ‘화엄사 방문객을 위한 소규모 프로그램’ 개발을 논의 중이다. 반면 보수적 시각에서는 종교의 본질이 상업적 관심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스님과 사찰 측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방문객 유입이 수행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프로그램 설계와 운영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형적 인기에 휩쓸리지 않고 종교적 가치와 콘텐츠의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SNS 시대, 종교 홍보의 새로운 전략

기존의 불교 사찰 홍보 방식은 현수막, 지역 신문 광고, 또는 법회 안내문에 한정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이런 방식은 사실상 도달력이 거의 없다. MZ세대는 검색과 SNS를 통해 정보를 얻고,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신이 경험한 것을 공유한다. 따라서 종교가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SNS 활용이 필수적이다.

범정 스님은 SNS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는 길고 복잡한 설명 대신 짧고 간결한 글을 사용한다. 또한 사진과 영상은 자연스러운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해, 보는 이가 부담 없이 받아들이도록 한다. ‘홍보’라는 의도적인 느낌보다 ‘일상 공유’의 성격이 강해 팔로워들은 친근감을 느낀다. 예컨대 새벽 예불의 은은한 빛, 사찰 주변의 계절 변화, 수행자들의 조용한 일상 같은 이미지는 강렬한 메시지 없이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중요한 점은 상호작용이다. 단순히 글과 사진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댓글에 답변을 달고, 개인 메시지에도 가능한 한 응답한다. 때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팔로워와 직접 소통하며 질문에 답하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종교인과 대중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크게 좁힌다. 현실적으로는 모든 메시지에 응답하기 어렵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성실히 소통하려는 태도가 신뢰를 형성하는 핵심이다.

콘텐츠 기획 측면에서도 사찰은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짧은 명상 가이드, 사찰음식 레시피, 전통 예술 소개 등 일상과 접목된 콘텐츠는 종교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또한 영상 콘텐츠의 경우 자막과 편집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고 접근성을 개선하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는 단순히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실제 체험 방문으로 이어지는 ‘콘텐츠→행동’의 선순환을 만든다.

물론 디지털 홍보에는 윤리적 고려도 필요하다. 사찰의 신성함과 수행의 엄숙함을 유지하면서도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노출’이 수행의 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목적과 맥락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수행의 핵심 가치를 담아내는 소통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는 길이다.

젊은 세대와 불교의 새로운 접점

현재 한국 사회에서 종교 인구는 감소 추세에 있다. 특히 20~30대는 종교적 정체성이 약한 세대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들은 전통적인 종교 활동 대신 ‘명상’, ‘마음 챙김’, ‘웰빙’과 같은 키워드에 큰 관심을 보인다. 즉, 형식적 신앙보다는 개인적 경험과 심리적 안정에 가치를 둔다. 이 같은 변화는 종교의 역할과 이미지 재정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화엄사와 꽃스님의 사례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사찰은 단순히 불교 의례를 치르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고 삶의 균형을 찾는 공간으로 재해석된다. 실제로 ‘화엄당’을 찾은 젊은 참가자들은 “종교적 의무감이 아니라, 힐링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이는 종교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준다. 사찰에서의 한나절 체험이 개인적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기능한다는 평가가 많다.

또한 스님은 스스로를 ‘관종’이라고 표현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그는 “관심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관심을 통해 소통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이는 SNS를 통한 자기 노출이 단순한 인기 추구가 아니라, 종교적 가치 전달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스님의 게시물은 짧은 위로의 메시지, 삶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문장, 그리고 구체적인 수행 팁을 함께 제공해 팔로워들의 일상에 적용 가능한 실천으로 이어지게 한다.

젊은 세대는 강요받는 신앙보다 자율적인 경험을 선호한다. SNS를 통한 접근은 그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종교적 메시지를 접하도록 만든다. 이는 불교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가 디지털 시대에 주목해야 할 중요한 전략이다. 더 나아가 종교기관은 온라인으로 맺어진 관심을 오프라인으로 연계해 실제적 체험과 공동체 참여로 이어지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전문성, 안전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편, 젊은 세대 내부에서도 다양한 태도가 존재한다. 일부는 종교 콘텐츠를 문화적 경험으로 소비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깊은 영적 탐구를 기대한다. 따라서 사찰 측은 낮은 진입장벽의 체험 프로그램뿐 아니라 심화된 수행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해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전문 교사와의 협업, 체계적인 프로그램 설계, 그리고 참가자 피드백의 반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꽃스님 현상은 단순히 한 스님의 인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는 한국 불교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변모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전통적인 사찰 중심 홍보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대신 SNS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진솔한 일상 공유, 공감 가능한 메시지 전달, 그리고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의 유행을 넘어 장기적인 신뢰 구축과 공동체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종교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범정 스님의 활동은 그 만남을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만든다. 불교가 현대 사회 속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가지려면, 꽃스님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종교적 본질을 지키고, 대중적 관심을 의미 있는 변화로 연결하는 세심한 운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앞으로 불교뿐 아니라 한국의 종교계 전체가 ‘디지털 소통’을 하나의 수행 방식으로 여길 수 있다면, 젊은 세대와의 단절을 넘어 새로운 관계 맺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꽃스님 현상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걸음이다.

 

지속 가능한 소통과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결합될 때, 디지털 시대의 종교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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