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60대 여성이 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사망하면서 다시 한번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이후 34개월 만에 발생한 사망 사례로, 전국적으로도 2013년 법정 감염병 지정 이후 총 2065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치명률이 18.5%에 달한다. SFTS의 증상과 치명성, 지역별 발생 현황, 정부 대응책, 그리고 개인 예방 수칙까지 심층적으로 다룬다.
다시 등장한 치명적 감염병 SFT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참진드기 등 절지동물이 매개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리면 통상 2주 내 발열, 구토, 설사, 근육통, 림프절 종대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중증으로 진행되면 혈소판·백혈구가 급감하고 장기 기능이 저하되어 사망할 수 있다.
최근 대구에서 60대 여성이 발열과 구토 증상으로 지역 의료기관을 찾았으나 호전되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숨졌다. 이는 2022년 10월 감염 보고 이후 약 34개월 만의 사망 사례다. 농번기와 야외활동 증가로 진드기 접촉 위험이 커지는 시기라는 점에서 지역 사회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SFTS의 증상과 진행 과정
SFTS의 잠복기는 약 1~2주로 짧다. 초기에는 감기와 유사한 고열, 두통, 피로감, 근육통이 나타나며 곧 구토와 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 동반된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혼미, 경련, 의식 저하 등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소판 감소가 심해지면 잇몸·피부 출혈 같은 출혈 성향이 생기고, 심하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진다.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는 중증 위험이 크다.
특효약이나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대증 치료가 핵심이다. 발열과 소화기 증상이 지속되고 최근 산·들·논밭에서 활동했거나 반려동물·가축과 접촉했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노출력을 알리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국 발생 현황과 통계
2013년 법정 감염병 지정 이후 지난해까지 확진자는 총 2065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348명(16.7%)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290명(14.0%), 경북 279명(13.5%)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381명, 치명률 18.5%다. 지난해 경북에서는 26명이 감염되어 8명이 사망했으며, 대구에서는 7명이 감염되었지만 사망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대구 사망은 약 3년 만에 재발생한 사례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SFTS는 주로 농촌·산간 지역에서 발생한다. 논밭 작업, 벌초·성묘, 산나물·약초 채취, 야외 목축·사냥·벌집 제거 같은 활동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반려동물이나 가축에 붙은 진드기를 통해서도 간접 노출이 가능해 도시 거주자도 안심할 수 없다.
방역 당국의 대응과 과제
방역당국은 야외활동 시 긴 옷과 보호장구 착용, 풀밭에 눕지 않기, 작업 후 즉시 샤워·세탁하기, 진드기 기피제 사용 등의 기본 수칙을 권고한다. 농번기에는 농기구와 장비를 공유할 때도 주의하고, 집 주변 풀베기·환경정비를 통해 진드기 서식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체계 측면에서는 조기 진단과 신속 보고가 관건이다. 지역 보건소—권역응급센터—대학병원으로 이어지는 이송 라인을 정비하고, 고위험군(고령층·면역저하자·만성질환자)을 대상으로 한 교육·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농촌 의료 접근성이 낮은 현실을 고려해 이동검진·순회교육·응급이송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과제다.
개인이 지켜야 할 예방 수칙
- 풀밭에 직접 앉거나 눕지 않고 돗자리를 사용한다.
- 야외활동 후 즉시 샤워하고 착용한 옷은 고온으로 세탁·건조한다.
- 긴팔·긴바지·장갑·모자·장화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 진드기 기피제를 노출 부위와 의복에 사용한다.
- 반려동물·가축과 접촉 후 털과 피부에 진드기가 붙었는지 확인한다.
- 발열·구토·설사·근육통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방문한다.
SFTS는 환자 수가 많지 않은 감염병이지만 치명률이 높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기후변화로 진드기 활동 기간이 길어지고 분포 지역이 넓어지면서 감염 위험은 증가 추세다. 앞으로는 도시 근교 공원이나 등산로에서도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감시·감염병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지역 보건소의 진단 역량을 높이는 한편, 고위험군 대상 교육·예방물품(기피제·보호복)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의 생활 속 실천이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다.
대구의 사망 사례는 우리 사회가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경고다. SFTS는 치명적이지만 예방 가능한 질환이다. 예방 수칙 준수와 신속한 의료 대응만이 피해를 최소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