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불암산 계곡 일대에서 무속인들이 장기간 점유하며 사용해 온 불법건축물과 생활 쓰레기 등에 대한 대규모 행정대집행이 진행됐다. 촛불과 향, 취사도구뿐 아니라 전기선과 유류통 등이 설치된 불법 시설물은 화재·안전 문제를 야기하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철거 작업은 단순한 불법 구조물 제거를 넘어 종교적 관습과 공공의 법질서, 환경 보전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시험하는 사례가 되었다. 철거 현장의 상황과 법적 쟁점, 지역사회 갈등, 제도적 보완 필요성 등을 중심으로 사건의 맥락을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한다.
불암산 계곡의 불법건축물 실태과 철거 과정
지난 12일 남양주시는 불암산 계곡 약 400m 구간에 걸쳐 형성된 무속 관련 불법건축물과 생활 쓰레기 수거를 위한 대대적인 행정대집행을 단행했다. 현장에는 시 건축과 직원과 별내행정복지센터 관계자, 철거업체 인력 등 총 80여 명이 투입되어 촛불·향로·임시 천막과 목조 구조물, 임의로 설치된 전기배선, 유류통과 각종 생활폐기물을 수거·반출했다. 철거 대상은 몇십 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부속물과 제사 흔적, 임시 거주 공간 등이 혼재된 형태였고, 일부는 바위 그늘이나 계곡 가장자리에 설치되어 있어 자연경관과 생태계에 상당한 침해를 초래한 상태였다.
철거 작업은 지형적 제약으로 인해 장비 투입이 쉽지 않아 대부분 인력 위주로 진행되었다. 작업자들은 지게와 인력을 동원해 폐기물을 직접 옮겼으며, 곳곳에 남아 있던 제사상과 제물 잔재는 현장의 종교적 의미를 드러냈다. 일부 무속인들은 철거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자신들의 신앙 공간이 강제로 철거되는 데 대한 아쉬움과 반발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리적 충돌은 대체로 발생하지 않았으나, 현장의 정황은 단순한 불법 건축물 제거를 넘어 문화·종교적 감정이 개입된 복잡한 사안임을 보여주었다.
법적 쟁점 : 불법점유와 종교의 자유의 충돌
이번 철거는 법과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공공재산인 산지와 계곡을 무단 점유해 불법 건축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국토관리법·건축법·산지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저촉된다. 특히 불암산 계곡은 자연경관과 수자원 보전이 중요한 지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무단 점유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되기 쉽다.
행정당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공공의 안전과 자연보호를 우선하여 불법 건축물은 철거 대상이며, 사법적·행정적 절차를 통해 정당하게 집행했다는 것이다. 반면 무속인들은 “수십 년간 이어온 신앙의 공간”이라며 강한 정서적 유대를 호소한다. 이 경우 법적 판단은 단순히 불법성 여부뿐 아니라, 해당 장소가 종교적 예식의 핵심 공간인지, 대체 가능한 합법적 장소가 제시되었는지, 철거 과정에서 종교적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안전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촛불과 유류, 노후한 전기 배선이 혼재된 상태는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계곡의 침식과 오염은 장기적 생태계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환경 훼손과 지역사회 갈등 양상
현장의 불법시설물과 잔존 폐기물은 계곡 생태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줬다. 비닐, 플라스틱, 금속류와 음식물 잔재 등이 자연 상태에 버려지면서 토양과 수질 오염이 진행되었고, 계곡 식생 훼손도 확인됐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철거를 둘러싼 입장 차가 분명하다. 어떤 주민들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환경을 해친 흉물”이라며 철거를 환영하는 반면, 다른 주민들은 “전통적 신앙의 한 부분을 일방적으로 제거했다”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러한 갈등은 문화적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되며, 단기간의 강제 집행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지역 갈등은 단순한 찬반 구도를 넘어서 사회적 신뢰와 소통의 문제로 연결된다. 무속신앙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은 개인마다 크게 다르며, 전통문화로서의 가치와 공공질서·환경보전의 가치가 충돌할 때 갈등은 격화된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지속적 대화와 상호 이해 증진 노력을 통해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한 주민 주도의 계곡 관리와 감시 시스템 도입은 환경복원과 재발 방지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
행정대집행의 한계와 제도적 개선 방안
이번 행정대집행은 대규모 인력 투입과 장시간 작업으로 진행되었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사전 예방과 모니터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드론과 위성사진, 공간정보 시스템(GIS)을 활용해 국유지 내 불법 점유를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기 발견은 대규모 철거에 드는 행정비용과 사회적 마찰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둘째, 문화적 대화 채널을 공식화해야 한다. 무속인들과의 협의를 통해 대체 가능한 합법적 터를 마련하거나, 일정 조건 하에 제한적 신앙 활동을 허용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종교의 자유를 일정 수준 보장하면서 공공의 안전과 환경을 보호하는 현실적 절충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주민 참여형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철거 이후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주민 감시단 구성, 정기적인 계곡 정화 활동, 신고 포상제 등은 공동체 역량을 강화하고 행정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다.
넷째, 법적 제재와 불법 유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억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반복적 불법 점유에 대해서는 과태료·행정처분 강화와 함께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보상·복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예컨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에 대비한 행정심판·분쟁조정 시스템의 신속 운영과 복원비용 지원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불암산 철거 사안은 법 집행의 정당성과 문화적 존중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사례다. 단발적 강제 집행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장기적·체계적 대응이 요구된다.
남양주 불암산 계곡의 불법건축물 철거는 공공안전과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건은 종교적 전통과 지역사회의 삶의 터전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이해관계자 간의 대화와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지자체는 향후 비슷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 모니터링 강화, 합법적 대체 공간 마련, 주민 참여형 관리체계 구축, 법적 제재의 실효성 확보, 피해 복구와 보상 제도의 정비 등을 추진해야 한다.
노력이 병행될 때만이 법과 문화, 환경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