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특례시는 2023년부터 진행된 보라산 백제 고분군 발굴조사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발굴은 2021년 단독주택 건설 과정에서 고분 흔적이 발견되며 시작되었으며, 한국문화유산연구원과 협력해 긴급 지표조사 및 정밀 발굴이 진행되었다. 조사 결과, 4세기 이후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제 한성기 고분군의 실체가 확인되면서 학계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 보라산 백제 고분군의 발견 배경
보라산은 예로부터 용인 서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구릉지대로 알려져 있다. 2021년 주택 건설 공사 중 석재가 배열된 흔적이 드러나면서 문화재청과 용인시가 긴급 조사를 진행했고, 32기의 고분이 밀집 분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석곽묘 형태로 파악되며, 고분 내부에서 토기, 장신구, 무기류 등이 확인되었다.
보라산 고분군은 백제 전기 한성기, 즉 위례성(서울) 중심 시기에 지방 지배 세력이 조성한 묘역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용인 지역이 이미 4세기 초·중반에 백제의 정치·군사적 거점으로 기능했음을 의미한다.
2. 조사 성과 : 석곽묘 3기 출토와 세부 특징
이번 긴급 발굴에서는 특히 3기의 석곽묘가 뚜렷이 확인되었다.
- 1호 석곽묘 : 길이 269cm, 폭 68cm로 비교적 대형 규모이다. 내부에서는 향이리형 토기, 손잡이 잔 등이 출토되었다. 이는 백제 전기 토기 양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자료다.
- 2호 석곽묘 : 길이 228cm, 폭 58cm. 내부에서 가락바퀴, 구슬, 금동 귀걸이 등 장신구류가 발견되었다. 이는 피장자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물이었음을 시사한다.
- 3호 석곽묘: 길이 252cm, 폭 68cm로, 내부에서 구슬이 다수 출토되었다. 이 역시 장식품을 부장한 전통과 백제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세 석곽묘는 모두 동서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묘제 구조와 부장품의 성격은 백제 한성기의 전형적인 묘제 양식과 일치한다.
3. 출토 유물의 역사적 의미
출토된 토기와 장신구는 4세기 이후 백제 사회의 문화를 반영하는 자료로 평가된다.
- 토기류 : 항아리, 손잡이 잔은 백제 전기 토기의 전형적 형식으로, 한성 백제의 중앙과 지방이 동일한 문화권에 속했음을 보여준다.
- 장신구류 : 구슬, 금동 귀걸이는 당시 지배층의 위세품으로, 용인 보라산 지역이 단순한 지방 거점이 아니라 백제 왕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권역이었음을 시사한다.
- 가락바퀴 : 방직 활동을 상징하는 유물로, 고분 주인공이 여성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성별·계층 연구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4. 보라산 고분군의 역사·학술 가치
보라산 백제 고분군은 최소 32기의 고분이 확인된 대규모 묘역이다. 이 중 일부만 발굴되었음에도 백제 전기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남부에 위치한 용인 지역에서 4세기 백제 고분군이 체계적으로 확인된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학술적 가치가 높다.
또한 이번 발굴은 백제가 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의 지방 통치 구조를 연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백제는 4세기 중반 근초고왕 때 마한을 정복하고 전성기를 맞이했는데, 보라산 고분군은 바로 그 시기의 지방 지배 양상과 문화를 반영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5. 시민 공개와 문화재 보존 의미
용인시는 이번 발굴성과를 시민에게 공개해 역사문화 자산의 보존 가치를 알리고 있다. 보라산 고분군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백제사의 연결고리로서 중요성을 갖는다. 향후 추가 발굴과 정비 과정을 거쳐 역사문화공원이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시민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서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6. 향후 과제
보라산 고분군 발굴은 아직 시작 단계다. 전체 32기 고분 중 일부만 조사된 상태이며, 앞으로 더 많은 고분에서 유물이 출토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들은 ▲묘제 구조 비교, ▲출토 유물의 연대 측정, ▲한성 백제와 지방 세력 관계 규명 등 다각적인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문화재 보존과 활용을 위한 제도적 지원, 주민 참여형 관리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용인 보라산 백제 고분군 발굴은 한성 백제 시기 지방 지배 세력의 묘역을 실물로 확인한 의미 있는 성과다. 석곽묘 3기와 다수의 유물은 4세기 이후 조성된 고분군임을 증명하며, 백제 문화사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 발굴과 보존 관리가 이어진다면, 용인 보라산은 백제사의 현장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